- 시청 안팎 댓글 사주 의혹 팽배, A 팀장 “고소로 바로잡을 것”
[아산=로컬충남] 박경귀 아산시장이 경찰에 고소당한 사실이 취재결과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고소인은 박 시장을 상대로 인사발령취소 행정소송을 낸 A 팀장이다. 더욱 놀라운 건 A 팀장이 고소를 결심한 배경이다.
A 팀장은 지난 5월 아산경찰서에 명예훼손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박 시장을 고소했다. A 팀장은 오늘(3일) 오후 기자에게 "사정상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털어 놓았다.
앞서 A 팀장은 지난해 7월 아산만 갯벌을 보존해야 한다는 논지로 언론에 기고문을 실었다. 아산시는 기고문이 나온지 1주일 만에 A 팀장을 본청이 아닌 장재리 소재 배방읍 환경관리팀으로 인사발령을 냈다. 직급도 팀장에서 주무관으로 강등시켰다.
이에 대해 A 팀장은 이 같은 인사가 불합리한 차별이자 재량권 남용이라며 지난해 11월 대전지방법원에 인사발령 취소 행정소송을 냈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법 제2행정부는 오는 8월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고소건과 관련 A 팀장의 증언과 고소장, 그리고 아산시가 공개한 소송수행계획 등을 통해 상황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A 팀장은 인사발령 직후 공무원 내부게시판에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제하의 게시글을 올렸다. A 팀장은 이 게시글에서 이번 인사가 직원들을 이른바 '입틀막' 하려는 인사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A 팀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 작성자는 지방공무원법 제48조부터 제55조가 공무원 6대 의무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A 팀장이 이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작성자는 A 팀장이 특혜를 받았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더 나아가 "공약 이행 가능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자 시민이 후보자 공약을 보고 민주적 투표로 선출했기 때문에 정치 이념을 떠나 공약사항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집행하는 게 공무원의 의무 아닌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박 시장을 두둔하는 논리로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A 팀장은 이 작성자를 고소했다. 게시글 내용이 사실과 맞지 않는다는 게 고소이유였다. 이 작성자는 올해 1월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이 인정돼 벌금형 처분을 받았다. 사법당국이 해당 게시글이 허위임을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이 작성자가 신입 공무원이었으며, A 팀장 소속 팀원이었던 ㄱ 씨로 드러났다. A 팀장은 "처음엔 임용된지 갓 6개월 남짓한, 그래서 시청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막내 팀원이 어떻게 이런 글을 올릴 수 있나 하고 당혹해 했다"고 전했다.
댓글 사주 의혹, 아니 땐 굴뚝에 연기?
하지만 ㄱ씨를 두고 아산시청 안팎에서 흉흉한 소문이 돈다. 그 흉흉한 소문이란, 박 시장이 이 직원을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소문의 근거는 시장 비서실이 이 직원에 대한 법률지원 여부를 검토했다는 점, 벌금 처분을 받았음에도 아산시에서 아무런 징계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취재결과 아산시장 비서실이 법무 담당 공무원을 불러 ㄱ 직원에 대한 법률지원 가능 여부를 물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법무 담당 공무원은 기자에게 "비서실이 지원여부에 대해 궁금해서 물은 사실이 있다. 하지만 정당한 직무수행 과정에서 수사를 받거나 기소 또는 피소된 경우에 한해서만 변호사 선임비용 지원이 가능한 점을 들어 어렵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3일 기준 아산시 총무과가 징계위를 열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확인했다. 하지만 총무과 장치원 과장은 "ㄱ 직원건은 감사위원회가 맡아 오다 4월과 5월 사이 우리과로 넘긴 것으로 안다. 다만 ㄱ 직원 입장도 고려해야 해서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제 사건을 받은 이상 징계위는 반드시 소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고의 지연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현재 이 직원은 올해 1월 기획예산과로 발령 받아 근무 중이다.
이 지점에서 A 팀장은 왜 박 시장을 고소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 이유에 대해 A 팀장은 "박 시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과 관련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아산시는 A 팀장 행성소송 소송수행계획서와 소장을 공개한 상태다. 이 소송수행계획서엔 사건번호와 원고인 A 팀장 신상정보·추진경과·원고 측 주장과 대응 계획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아산경찰서에 낸 고소장에 따르면 A 팀장은 "‘개인정보의 처리와 보호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한다’는 개인정보보호법 입법 목적을 현저히 침해한다"고 적시했다.
더욱 심각한 건 아산시가 ㄱ 직원의 게시글을 인사발령 조치의 정당성을 찾는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A 팀장은 고소장에서 "아산시는 ㄱ 직원의 게시글에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현재까지도 블라인드 처리하거나 삭제조치하지 않고 있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산시가 이미 잘못으로 드러난 게시글을 근거로 인사발령이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불가피하게 고소를 택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A 팀장이 박 시장을 고소하기로 한 저간의 사정을 살펴보면 흡사 한 편의 음모론을 방불케 한다. 시 ‘윗선’에서 ㄱ 직원을 사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점이 특히 그렇다.
일단 A 팀장은 지난 달 말 아산경찰서에 출두해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A 팀장이 박 시장을 특정해 고소한 만큼 박 시장 역시 경찰 출두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시장은 또 한 번 송사에 휘말리며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