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로컬충남] 이른바 '순살 아파트'란 비아냥을 듣는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가 아산에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이러자 김태흠 충남지사·박경귀 아산시장이 지난 3일 함께 철근 누락이 발견된 아산탕정 2-A14블록을 찾아 발 빠르게 현장 지도·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흔한 말로 '사심 없이' 말하면, 이런 지자체장 행보에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LH 아파트 단지 시공·운영에 관한 한, 지자체가 행정적으로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착공허가 정도이고, 이마저도 충남지사에게 귀속돼 있다. 결국 김 지사와 박 시장이 현장을 찾아 남긴 말은 그저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았던 셈이다.
정말로 진정성이 느껴지기 위해선 그럼 어떻게 해야 했을까? 아파트를 짓고 운영하는 주체가 LH라지만, 그곳에 사는 이들은 아산시민이며 충남도민이다. 철근 누락으로 불안해하는 이들 역시 아산시민이고, 충남도민이다.
따라서 지자체장의 현장 방문이 임팩트(?)를 주려면 지자체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도록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국회에 제도 개선을 주문해야 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 아니었을까? 또 지자체 수준에서 마련할 수 있는 제도가 무엇인지 시·도 의회와 고민을 나눠보자고 제안하는 게 당연한 수순 아니었을까?
하지만 김 지사와 박 시장이 남긴 말 어디에서도 이 같은 고민은 드러나지 않았다.
김 지사는 "건축물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전"이라며 "구조설계와 시공 상태 등을 철저히 점검·분석해 보강 조치를 조속히 마쳐 도민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원론적인 주문만 남겼다.
박 시장도 "추후 조사와 보강 등 시행과정을 입주민들에게 빠짐없이 공유하고 설명해, 입주민들이 불안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조속히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역시 원론적인 수준의 말 한 마디 보탠 게 전부다.
앞서 적었듯 LH 단지 운영에 지자체가 행정적으로 개입할 여지는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자체장의 선심성 말잔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공직사회는 보여주기에 익숙하다. 김 지사와 박 시장의 현장 지도점검도 이런 보여주기 행보의 전형 그 자체다.
현장에 답이 있는 법이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김 지사와 박 시장이 현장에서 철근 누락 사태를 해결할 단서를 발견하고 갔으리라 여긴다.
김 지사와 박 시장이 보여주기식 행보를 뛰어 넘어, 이번 철근 누락 사태가 시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제도 개선의 단초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