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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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로컬충남]“평생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온 교사로서 우리 교육계의 현실을 보면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교육은 오직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에 이념이나 정치가 들어오면 그 순간 교육은 본래의 순수한 의미를 잃고 맙니다.

교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인격, 전문성,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 이 세 가지를 교사가 갖추어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저는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9년 2월말 전국적으로 명예퇴직으로 교단을 떠난 교원이 60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4632명에 비해 30%나 증가했고 특히 우리 충남은 300여명이 넘어 지난해에 비해 97.5%가 증가하였다. 이는 사교육 중심으로 교육환경이 빠르게 변하는데다 교권마저 추락하면서 회의를 느낀 교사들이 속속 교단을 등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말 명예퇴직을 한 백제중학교 황환택 수석교사와 마지막 수업이 지역에 화제가 되고 있어 잠시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먼저 명예로운 퇴직을 축하한다. 명예퇴직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마지막 수업”이라는 주제로 퇴임사를 한 것이 지역교육계에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듣고 싶다.

“한 사람의 평생을 크게 삼등분하며 30세까지의 준비기, 60세까지의 활동기, 그리고 나머지 시간의 정리기입니다. 저는 활동기 중 33년을 모두 우리 지역에서 교육에 전념하여 왔습니다. 평생 한 수업의 시간을 대략 계산해 보았더니 20,000여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퇴임인사를 “마지막 수업”이라는 주제로 한 것입니다. 이 내용은 제가 학생들을 만난 첫 시간이면 하던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의 주요 내용은 어느 나라의 어진 왕이 백성을 위해 교훈이 되는 책을 쓰게 하고 그것을 요약한 것이 바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학생들이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땀과 노력과 열정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의 그런 수업입니다.

- 평생을 몸담아 온 교직을 정년도 아니고 스스로의 의지로 떠나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무슨 계기나 이유가 있었는가?

“개인적인 이유로는 제가 가진 교육에 대한 에너지를 다 태웠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열정을 가진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많은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는 것은 교육환경이 많이 힘들어졌습니다. 급변하는 사회적 변화가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떠나는 결정을 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며칠을 잠을 이루지 못했고 결심을 하고 학교에 알리는 순간까지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 무엇이 그리 결정을 어렵게 한 것인가? 사실 평생을 고생했는데 사실 편한 마음으로 떠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퇴직 결정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바로 학생들을 남겨두고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퇴직 인사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떠나는 결정을 하면서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은 것은 바로 여러분의 목소리였습니다. 선생님! 하고 부르는 학생들의 목소리와 밝은 웃음소리가 가장 떠나는 결정을 어렵게 한 것입니다. 사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제가 근무했던 학교 근처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합니다. 아직도 학생들과 웃으며 수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듭니다.”

- 그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열심히 하였지만 다른 활동을 통해 더 많이 알려졌다. 이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활동이 있으면 말해 달라.

“사실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교사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였기에 15년 이상 교원단체의 일을 했습니다. 2007년 20만 회원을 가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하였고, 2012년 68년 역사상 최초로 교사 출신 ‘충청남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였습니다. 또한 ‘전국시도교총회장연합회장’과 ‘연금법개악저지투쟁위원장’으로 활동하였습니다. 특히 연금법 투쟁 당시 여의도에서 13만여 명이 모인 집회를 주도하고 연설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어떤 인재를 키워야 하는지 고민들이 많다. 평생을 교육에 전념해 온 교육전문가로서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달라.

“30여년을 돌아보면 시대별로 사회가 원하는 인재의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면 미래 사회는 어떤 인재를 원하는 것일까요? 우리가 최근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일 것입니다. 미래의 사회는 지금 존재하는 직업들 중 상당수가 사라질 것이며 새로운 직업들이 무수히 생길 것입니다. 그러므로 학부모님들이 공부했던 그러한 공부는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미래의 인재는 의사소통 능력, 협동 능력, 창의력 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함께 활동하고 토론하고 독서하는 그러한 공부가 절실합니다.”

- 현재 교육계나 교사들에 선배교사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해 달라.

“평생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온 교사로서 우리 교육계의 현실을 보면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교육은 오직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에 이념이나 정치가 들어오면 그 순간 교육은 본래의 순수한 의미를 잃고 맙니다. 최근 교육정책을 보면 이념이나 정치적 색깔이 강한 정책들이 학교 현장에 내려지고 있습니다.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이 정말 순수한 교육적 관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다 주길 당부합니다.

출처 : e부여신문(http://www.21cbuye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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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사의 “마지막 수업”. 지역 교육계 잔잔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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