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1(목)
  • 전체메뉴보기
 
먼저 훈수나 딴죽걸기가 아님을 전제로 이 글을 시작한다. 그리고 몇 분의 묵직한 말이 이 글을 쓰게 됐다는 점을 덧붙인다.

서산시가 청사 이전을 염두에 두고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미 터미널 이전과 관련하여 여론이 일었던 데다 이 사안이 대두되자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청사 이전은 시장(市場), 터미널과 더불어 지역의 가장 민감한 사항이다. 오죽해야 예로부터 시장ㆍ군수는 이런 사업은 가급적 다루지 말라는 말이 불문율처럼 전해 왔다. 그럼에도 서산시가 시청사 이전 신축을 추진하는 것은 청사가 분산되어 있어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시민들이 불편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현 청사는 지은 지 오래되어 안전 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도 작용했다. 이에 시에서는 현 청사 자리에 신청사를 신축키로 하고, 지난 2014년 조례를 제정하여 건립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충남도 문화재위원회가 현 청사 부지 안에 서령관아문과 외동헌 등 도지정문화재가 있어 신축 시 주변 역사문화 환경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불가를 통보해 옴으로써 차질이 생겼다.

이에 시에서는 ‘신청사 건립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조사용역’을 실시하여 신청사 후보지로 6곳을 선정한 가운데 가장 적합한 대상지를 선정하기 위한 수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과정은 ‘이전 신축’을 전제로 추진한다는 것이고, 결국 수 백 년 동안 서산의 행정을 관장하던 심장부를 옮긴다는 뜻이다.

일련의 과정은 ‘이전 신축’을 전제로 추진한다는 것이고, 결국 수 백 년 동안 서산의 행정을 관장하던 심장부를 옮긴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청사이전을 기정사실화하고 꼭 다른 부지를 찾아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현재의 위치에 짓는 방안은 없을까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시 청사는 단지 공무원들의 사무공간이고 민원처리기관으로서만이 아니라 한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는다. 시대감각에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동안 지역이 무탈했고 날로 시세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면 지금의 터는 ‘서산(瑞山)’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명당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입지 여건 면에서 보면 현 청사와 같은 좋은 곳을 찾기 어렵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좋은 이름(富春)의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옛 관아 건물이 남아있을 만큼 역사성도 있으며 주위에 업무수행을 저해할만한 환경이나 장애물이 없다는 점은 장점이다. 또한 유치를 둘러싼 지역 간, 시민 간 갈등을 방지할 수 있다. 다만 문화재와 저촉, 시 발전추세에 적합한 신시가지 조성의 촉매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음은 약점이다.

그러나 이전 건축이 타당한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정보화, 인공지능시대의 도래는 시간과 거리개념을 줄이면서 앞으로 시민들이 직접 시청을 찾아가야 하는 일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청사의 위치와 규모에 관한 고정관념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전한다고 가정할 경우, 가장 큰 문제로 현 청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 붕괴와 지역 공동화 현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한다면 인근 주민들의 주름과 상실감을 무엇으로 메울 수 있게 될지 염려된다.

대전의 경우 시청과 충남도청이 떠난 후 구도심지역 공동화현상이 두드러져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주변의 점포와 식당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시는 전담 과(課)를 두고, 구 도청에  ‘시민대학’을 설치하여 아침부터 밤까지 500여 개의 강좌를 개설하는 등 활성화를 위하여 안간 힘을 쓰고 있으나, 꺼진 불씨를 되살리기 힘들 듯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 번 위축된 지역의 활기를 되찾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청사이전으로 서산시가지의 서북부 축이 허물어질 수 있음을 크게 염려해야 한다.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면 막대한 재정 부담이 따르게 된다. 청사신축에만 약 1,200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부지매입비, 도로시설비까지 추가하면 더 많은 재정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이전할 경우 현 청사 부지를 매각하여 신청사 건립자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자면 별도의 부지매입 재원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쯤해서 필자의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신청사를 현 본관 뒤편의 후 별관과 길 건너 주차장, 문화회관 앞까지 활용하여 지으면 어떨까 한다. 인근의 일부 부지를 매입하여 건립하면 진출입로 분산으로 접근성도 좋아질 것이다.

뒤편 도로를 걸림돌로 보는 시각도 있을 것이나 문제로 볼 수 없다. 세종 정부청사는 건물 사이로 대중교통 노선 등 많은 도로와 회랑(回廊)이 있음을 볼 때, 도로가 장애요인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충남대학교 구내 도로에도 시내버스가 다닌다. 신청사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고 도로를 진출입구에 접속하면 효용성이 높아질 것이다.

현재 의회와 민원실로 쓰고 있는 동 별관에는 부춘동 행정복지센터와 주민센터를 두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본관과 서 별관은 철거하여 주차장, 공원으로 조성하면 더욱 어우러질 것이다. 중지를 모아 볼 것을 기대한다.

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가기천의 일각일각]시청사, 꼭 ‘이전’ 건립해야 할까?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