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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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쪽 먼 바다에서 바다와 사랑에 빠져 파도를 낳아 뭍으로 내보내던 바람이, 직접 남해안에 상륙하여 봄바람이 된다 파도에 발목 적시며 해변을 산책하다가 겨우내 기다리던 동백나무와 사랑에 빠진다 동백꽃을 잉태시킨 봄바람은 백두대간 산등을 타고 곧바로 북상한다 숨차게 달려오면서도 산비탈에 진달래를 애무해서 붉게 꽃피우고, 밭둑에 개나리를 입 맞추어 노랗게 흥분시킨다. 봄바람은 마침내, 60년대 초 민통선 지역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장단고랑포 사람들이 고향의 냄새라도 맡으려고 달려와 자리 잡은 민통선 마을, 연천군 백학면 원당삼리에까지 다다른다 민통선 마을에선 대남 방송이 울려 퍼지고, 밤이면 통행이 금지 되지만, 봄바람은 휴전선 같은 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바쁜 걸음을 멈추지 않고, 민통선 마을 풀뿌리와 나뭇가지의 겨울잠을 깨우고, 임진강을 건너 북으로 넘어간다 봄바람의 꽁무니를 따라 꽃소식도 북으로 넘어가지만, 민통선 마을의 사람들은 눈물도 안으로 삼키며, 봄을 기다린다 그들의 얼어붙은 가슴에 봄은 언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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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조 시인

월간문학공간 신인상 추천
한국시인연대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1948년 (북)경기도 장단군 고랑포 출생
1951년 인천으로 피난
전 인천시 지방부이사관 명퇴(3급)
전 인천관광공사 초대 기획관리본부장(상임이사)
2010년 충남 청양군 귀촌
현 내포신도시 엔젤스타원 관리소장
시집 '사랑의 메시지', '찾아가는 길', '가슴에 꽃이 필 때'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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