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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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99_102417_856.jpg▲ 지의신 청소년상담사
 
[로컬충남] 청소년기는 아동기에서 성인으로 나아가는 과도기다. 이들은 신체적, 정서적으로 급성장해 감성이 예민해지고 주변 환경과 또래들과의 관계에서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나 또한 그러했지만 혼란을 겪으며 성장해 가는 청소년들은 방황을 통해 힘든 시기를 지나지만 대부분 자신의 모습을 찾고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해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상담과정에서 느껴졌던 한 내담자 이야기다. 그녀는 우리 만남의 날을 이렇게 정의했다.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보낸 1000일. 그리고 세상을 향해 홀로서기를 한 지 500일. 약 1500일을 지나오며 생긴 소중한 변화들.’

그날은 봄이라고 하기 엔 공기가 꽤나 후덥지근했고 여름이라고 하기 엔 아직 꽃이 다 떨어지지 않았던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었던 날이었다.

다소 어색하고 낯설었던 첫 만남. 매주 화요일 상담이 시작됐다.

“학교가 불편하고 적응이 어려워요. 집에 있는 것도 숨이 막혀요. 원래 안 이랬는데 어떤 문제 때문에 그런 걸까요?” 눈앞의 모래를 만지며 수 시간을 고민했다. 그때 내담자에게 모래 놀이 치료는 다소 생소했다. 내담자가 수북하게 쌓은 모래 위에 피규어를 놓으면 상담자는 사연을 붙여준다. 그 때 그 아이는 흰 모래를 내려다보며 소리 내어 울기만 했다.

모래 놀이장은 그녀의 세계였다. 한계도, 제한도 없는 독보적이고 유일한 그만의 공간이었다. 희고 고운 모래는 마치 사막 같아서, 마치 그녀는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 그 뜨거운 땅에 힘겨운 발돋움을 하는 여행자 같았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답답하고 어렵기만 했다. 상담시간은 결코 쉽게 흘러간 시간이 아니었던 것이, 내담자는 조울증과 불안장애를 진단받고 약을 처방받으며 상담 치료를 병행했다. 그녀는 고민 끝에 진학했던 고등학교를 자퇴하려고도 생각했으며, 극단적으로는 이 모든 치료를 다 그만두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갔고 만남은 계속됐다.

“선생님! 너무나도 지쳤던 내가 느끼는 감정이라고는 그 형체가 희미하기만 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 두 걸음 뒤로 물러서는 기분이 들곤 해요. 하지만 몇 번 포기의 기로에 설 때마다, 상담 선생님께서 힘껏 끌어주셔서 울상으로 상담실 문을 두드릴 때면, 따뜻한 말씀과 부드러운 웃음으로 맞아주시고 학업이나 친구 관계, 가정상황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할 때면, 나와 같이 고민하며 결정을 도와주셔서 저도 모르게 살아갈 힘이 생긴 것 같아요.”

그녀는 상담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너무 지쳐 주저앉게 됐을 때는 멈춘 김에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배우게 됐다고 했다.

또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 뚝 같아 질 땐 언제나 내 편이 돼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는 선생님을 떠올리며, 기꺼이 한 번 더 도전해 볼 수 있는 용기도 생겼다고 했다.

약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얽힌 실타래 같기만 했던 문제들이 하나둘 풀려나가고 마침내 자신에겐 새로운 도전만 남았다고 했다.

“내면의 성장은 상처를 준 사람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받았을 때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에 의해서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보냈던 시간은 내 인생의 가장 큰 터닝 포인트이자 앞으로는 다시 오지 않을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기회, 그리고 아팠던 만큼 귀하게 여겨지는 시간이었어요. 선생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사람들인 청소년동반자는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인지 물어보면 대답한다. 청소년이 지치고 힘들 때 잠깐이지만 동반자가 돼주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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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일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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