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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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로컬충남] 오늘날 산업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직업의 종류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직업, 사람들을 보호하고 도와주는 직업, 탐구하고 연구하는 직업, 생활에 필요한 것을 생산하는 직업,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직업 등 1만가지가 훌쩍 넘는 직업이 있다.
 
또한 시대가 변해가면서 점점 사라지는 직업이 있는 반면 새롭게 생겨나는 이색 직업도 있다.
 
이에 천안신문에서는 소중하고 가치있는 일과 직업을 찾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다양한 직업의 현장을 찾아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KakaoTalk_20200920_102551019_01.jpg▲ 여럿의 하나 같은 사람, 매직어린왕자 ‘김영곤’
  
매직어린왕자로 불리우는 김영곤. 그는 여럿의 하나 같은 사람이다. 고정되지 않고 여럿으로 호명된다.

시인, 수필가, 시조시인, 아동문학가, 마술사, 인형극 공연가, 그리고 상황에 따라 동화구연가, 복화술사, 레크리에이션 진행자로 깜짝 변신하기도 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쿠팡물류센터 Hub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들짐승처럼 길들여진다
하루의 절반은 너를 잡기 위해 나를 돌린다 돌리는 중이다
돌리다가 도로 잡힌다 이미 사로잡혀 있으면서 이미 잡고 있는 중이다
잡으면 잡을수록 더 사나워진다 덥썩 손목이 물린다 철철 피가 뿜어나도 그대로 둔다
야생의 이빨에게 다시 나를 미끼로 던져 둔다 하루의 절반은 바깥에 서 있다 너의 안으로 갇히기 위해

-김영곤 시집 『둥근 바깥』 중에서
 
■ 전문지 포지션에 등단한 시인

영문학과 출신이지만 생활에 쫒기며 살다가 십여 년 전, 통영 바다를 지나다가 문득 신의 계시처럼 문학에 내리 꽂혔다.

시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늦깎이로 대학원에 입학하여 최문자, 강희안 시인의 지도 하에 문학석사가 되었다. 배재문학상도 시와 비평 부문 2관왕을 수상했다.
 
가끔씩 내게 묻는다. 넌 어디에서 왔는지를. 내 무의식 속 어딘가에는 어린왕자가 살고 있다.
그렇다 나는 누군가에게 기다려지는 소중한 인연으로 머물고 싶다. 내 이름만 들어도 반가워지고 내 공연만 보아도 가슴이 훤해지면 좋겠다.
수많은 별무리에서 내가 보이지 않아도, 어린이들이 나를 찾느라고 수많은 별들을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김영곤 산문집 『밤이 별빛에 마음을 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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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문학에 등단한 수필가

그는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회장 권남희) 실무간사이며 대표에세이문학회 서울지회 회장이다. 경북일보 문학대전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므로 감추고 싶어 한다.

블로그 ‘둥근 바깥 이야기’를 통해 한 편의 수필마다 의미 있는 사진들을 선별 삽입, 세련된 편집 작업을 통해 신세대 감성에도 부합하는 수필 보급에도 앞장 서고 있다. MBC문화센터 강사로 선정되어 있지만 코로나 때문에 계속 시작을 못하고 있다.
 
또한 나래시조에 등단한 시조시인이다. 문경새재 전국 시조 공모전에 일반부 장원을 수상하게 되었는데, 이때 규정에 따라 자동으로 신인 등단이 되었다.
 
7년 전에는 월간 아동문학에 등단했다. 그는 언젠간 때가 되면 유아용 그림동화책과 초등용 동화집을 쓸 계획이라고 한다.
 
네게로 트인 길은 너무 부셔 슬프다
시동 끄고 내리면 곧바로 네 가슴인데
발치에 뚝 떨어지는 시시포스 바윗돌
우리는 진심으로 사랑한 적 있을까
집나간 내 마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리움 맨 밑바닥을 천애까지 궁굴린다
네게로 향한 길은 내 안으로 들어가는 일
쳇바퀴 풀어헤치고 또다시 질주한다
세상의 모든 길들은 옛길에서 완성되리니

-김영곤 시조 『귀향-문경새재 옛길』 중에서
 
■ 마술사 · 마술체험 강사

천안 뿐아니라 전국을 출장 순회 공연이나 강의를 한다. 벌써 16년째로 접어들었다. 기록상 세계마술사협회(IBM) 회원이기도 하지만 그는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자유 를 선호한다.

이때 그와 떨어질 수 없는 파트너는 바로 비둘기이다. 무대 위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비둘기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모은다. 현대 매직쇼의 흐름은 과거 고전매직과는 다르다. 한 음악에 한 작품을 예술적으로 만들어 관객에게 신비롭게 상상력을 자극시켜주는 퍼포먼스이다. 
 
■ 인형극 공연가이며 각본가

이미 대학생 시절부터 조그마한 무대틀을 소장하여 각본도 직접 쓰고 목소리도 라이브로 하는 공연을 해왔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개인사업자가 되면서부터는 직접 쓴 대본을 들고 스튜디오에 간다.

이때 시낭송가이자 동화구연가인 아내(유영임)와 함께 대사를 녹음한다. 그리고 전문가의 손길에 의해 음악과 음향이 입혀진다.

그가 공연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대학생 시절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김숙자 교수 덕분이다. 당시 동화구연과 복화술 업계에서 선구자적 명성을 쌓아왔던 김 교수의 영향으로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김숙자 교수가 그의 산문집을 읽고 감동했다고 눈물값으로 오십 만원을 보내기도 했단다. 아마 아끼던 제자가 몇 달간 공연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기 때문에 핑계 삼아 보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한다.

또한 마술사로 입문하게 된 것은 직장에서 구조조정이 한창일 때였다. 그는 때가 찼다는 생각으로 사표를 내고 우연찮게 만난 인연이 EM파티매직의 장성철 대표였다.

그가 직장시절 때 초청했었던 강사였다. 거기서 수많은 마술도구를 익히며 자기만의 마술쇼를 연마하기 시작했다. 당시 CJ케이블TV 인물 다큐 <사람이 있는 풍경>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연습하는 장면을 담은 씬을 거기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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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 차 있던 공연 스케줄이 코로나19로 인해 올 초부터 순식간에 남김없이 사라져 둘째아들의 권유로 쿠팡물류센터 알바를 시작했다고 현 상황을 밝힌 김영곤 씨는 "곧 끝나겠지 했지만 결국은 벌써 7개월째 근무중이며 그 과정에서 계약직 사원이 되어 있다”며 “대학생들 사이에는 극한 알바라고 정평이 나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마치 공연을 하듯, 예술작품을 완성하듯 팔레트 작업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생 톱밥 먼지가 들끓는 목재소에서 일해 오셨던 아버지를 상기하며 이 정도 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마법에 걸려 있다”고 강조한다.
 
여럿의 하나 같은 그의 인생 철학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어린이’라고 한다. 그는 일찍이 중학생 때부터 평생 어린이를 위한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굳혔다. 그냥 어린이의 세계가 한없이 좋아서 <어린왕자>라는 책을 알기도 전에 자기만의 소행성을 만든 것이다.

그때부터 이미 어린이와 눈높이를 맞추려고 수많은 독서와 강습회를 뛰어다녔고 실전에서 많이 활용하다보니 이처럼 다재다능한 스킬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였다.
 
그러고 보니 그는 여럿의 하나이면서 하나의 여럿이다. 특히 천안에 정착하면서부터 매우 심신과 생활이 안정되었다고 한다. 나눔플러스 천안지부에 홍보대사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천안시장으로부터 표창패도 수상했다.

다양한 직업속에 앞으로의 무한한 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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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직업 현장을 찾아] 여럿의 하나 같은 사람, 매직 어린왕자 ‘김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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