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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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으로 떠나신 아버지는 
언제나 내 몸속에서 잠들고 있습니다.

생명의 공기가 이동하는 바람, 
사람의 마음을 이동하는 그리움,
모두가 이제 찬바람으로 팔월 한가위 추석을 맞이합니다.

임진강 건너, 장단 고랑포에서 1𐄁4후퇴 공산주의 골수분자,
앞잡이의 손에 이끌리어 북으로 떠나시던 아버지, 

어린 처자식이 눈에 밟혀 
담배 한 개 피만 더 피우자던 
간곡한 청을 뿌리치던 그들, 

그들은 
눈물을 발로 비비며,

돼지 잡을 때 흘리는 피눈물, 
비명소리를 억누르며,

떠난 지가 칠십여 년, 

바람의 소리는 소식도 없고, 
젊은 어머니 숲으로 떠나도, 

아버지를 기다리느라 
집으로 다시 오시는 어머니!

당신은 아비 없는 자식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바람은 살았다고 하는데, 
아버지는 이미 오십 년 도를 넘기지 못하고,
남으로 탈출을 시도하다가 처형당했을 거라는 추측에 

어머니는 밤이면 가위눌리는 세월, 
사십 대에 북으로 이어지는 하늘로 
성급히 떠나셨습니다. 

그때, 떠난 큰 형도 같이 떠났는데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습니다. 

아버지라 부른 기억이 나지 않는 당신은 
한일(一) 자에 용용(龍) 자,

그 한 마리, 
용으로 사셨지요.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이름, 
그대로 바람이 되셨나요?

북에서 찬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한 나라, 한 땅에서 밟았던 발자국 소리, 
아버지의 낙엽 밟을 때, 
나오는 쉰 소리, 

낙엽이 낙하할 때 흘리는 
바지 벗는 소리,

아아, 이 모두 
당신의 체취가 

칠십 넘은 아들의 
고장 난 기침소리로 만들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아버지의 온 체위가 
내 몸속에서 흐르고 있습니다.

오늘도 아버지는 같이 
잠들고 있습니다.

박현조

월간문학공간 신인상 추천
한국시인연대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1948년 (북)경기도 장단군 고랑포 출생
1951년 인천으로 피난
전 인천시 지방부이사관 명퇴(3급)
전 인천관광공사 초대 기획관리본부장(상임이사)
2010년 충남 청양군 귀촌
현 내포신도시 엔젤스타원 관리소장
시집 '사랑의 메시지', '찾아가는 길', '가슴에 꽃이 필 때'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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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북으로 보내는 편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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