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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로컬충남]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려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반발하는 경찰 조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전국 경찰서장들이 지난 23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회의를 열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을 보류해 달라는 입장문을 냈다. 정부 정책에 찬반 유무를 떠나 일선 경찰서장이 한 자리에 모여 정부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낸 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어 오는 30일엔 같은 장소에서 일선 지구대 팀장급인 경위 경감이 모이는 전국대회가 예고됐다 전격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일각에선 대회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경찰인재개발원 측은 장소사용 신청이 없다며 장소 사용을 원천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논란은 정쟁으로까지 번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26일자 논평에서 “경찰국 설치가 경찰 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그 저의가 의심스러운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날인 27일 “경찰을 31년 전 치안본부 시절로 퇴행시켜 경찰권을 사유화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시도는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반박했다.

 

경찰국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성,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게 경찰 반발의 주요 이유다. 하지만 경찰은 정부조직법상 행정안전부에 속한 외청으로 정부의 인사·예산 통제에 따라야 하고, 새로 생기는 경찰국이 경찰공무원법 제7조에 따른 행안부장관의 총경 이상 인사제청권 등 경찰 행정 실무를 담당한다는 정부 여당의 반론도 만만찮다. 

 

그런데 이 같은 찬반 논란을 떠나, 그리고 내부반발을 경찰대 출신이 주도하고 있다는 행안부 장관발 의혹제기를 떠나 질문을 던져본다. 

 

"경찰국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친다면, 현 체제 하에서 경찰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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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기존 체제에선 독립적이었나? 

 

경찰은 역대 정권에서, 심지어 촛불혁명으로 집권했다고 자처한 전임 문재인 정권에서도 정치논리에 휘둘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게다가 노사갈등의 현장에서 경찰은 종종, 아니 자주 사측 편을 들어 갈등의 한 쪽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원성을 산적도 부지기수다. 

 

경찰국 설치 논의가 공론화되기 이전 시점에 벌어진 일들을 살펴보자. 6월 취임한 김광호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에 대해 “법질서 확립이란 불법 행위에 대해선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사법처리하겠다”며 강경입장을 밝혔다. 

 

당시엔 전장연의 시위를 두고 사회적 갈등이 치열했고, 당원권 정지 중인 이준석 대표가 이 시위를 ‘찍어’ 갈라치기를 시도한다는 비판 여론이 없지 않았다. 

 

이 와중에 나온 김광호 청장의 발언은 정치논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전장연도 “정부는 장애인들도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경찰을 통해 ‘엄격한 법 집행’만 말한다. 경찰이 갈등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사례는 더 있다. 현대글로비스 카캐리어 지회는 지난 6월 아산경찰서가 노사갈등에 개입해 8명의 지회원을 연행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측이 5톤 차량을 동원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차량을 운송하려는 걸 지회가 막자 경찰이 지회원을 연행했다는 게 지회 측 주장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법 집행을 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개입엔 엄정을 기해야 한다. 파업의 와중에 사측이 대체 근로를 시도한 건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이다. 법원이 대체 근로를 불법으로 인정한 판례는 언제든지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당시 상황에서 경찰이 취해야 할 조치는 사측의 행위가 대체 근로에 해당하는지 먼저 조사했어야 했다. 그러나 경찰은 지회원부터 연행했다. 지회의 원성을 살만한 행태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뜨거웠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에서도 경찰은 마찬가지 행태를 보였다. 하청노동자 파업은 실로 극적으로 해결점을 찾았다. 하지만 경찰은 노사 협상타결 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파업참여 노동자 9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엄정한 법집행은 필요하다. 그러나 하청노동자 파업으로 조선소 하청노동자 처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시점에서 곧장 영장부터 ‘친’ 경찰 행태는 역시 윤석열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과 코드를 맞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법원도 경찰의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국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경찰 조직은 정치 논리에 휘둘려왔다. 또 갈등이 첨예한 현장에서 특정 일방, 그것도 힘 가진 정권이나 대기업 편을 드는 행태를 자주 보였다. 

 

기자는 자주 노사갈등을 접했고 지면에 다뤘다. 그간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토대로 하면,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의 반발은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라고 하는 대목에선 그냥 헛웃음만 나온다. 

 

경찰에 바란다. 안 그래도 경찰은 정치논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치논리에서 벗어날 유효한 대안 없는, 경찰국 신설 반대는 아무 의미 없다. 

 

정말로 정치 논리에 휘둘리고 싶지 않는, 독립적인 경찰 조직이 되고자 한다면 그간 정치 논리에 휘둘렸던 행태에 대해 국민 앞에 반성하기 바란다.

 

그리고 무작정 경찰국 신설에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유효성 있는 대안을 국민 앞에 내놓기 바란다. 이런 근본적인 고민과 진지한 반성 없는 반대 행동은 그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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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경찰국 반대하는 경찰, 근본 성찰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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