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로컬충남] 예산군의회가 집행부의 한해 ‘농사’를 평가하는 행정사무감사 개최시기를 연도말에서 상반기로 앞당기기로 해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당해연도 사업들이 한창인 시점에서 해묵은 전년도 내용들을 들춰내거나 혹은 상반기 추진상황만을 놓고 군정평가를 내놔야 할 형편이다 보니, 의회 스스로 ‘반쪽짜리 행감’, ‘맹탕 행감’을 자초하는게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이 번지고 있다.
예산군의회는 지난해말 회기운영 등에 관한 조례, 행정사무 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행정감사 개최시기를 2차 정례회에서 1차 정례회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매년 11월말~12월초 진행됐던 일정이 6월 중순 ‘여름 행감’으로 치러진다.
이번 행감시기 조정으로 1차 정례회 회기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빡빡했던 2차 정례회 일정이 주는 등 전·후반기 의정업무의 비대칭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문제는 행감시기 조정으로 얻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집행부 행정의 일처리는 1년 단위로 돌아가는데, 사업이 완료된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행감을 벌이는 건 생동감 떨어지는 ‘뒷북 감사’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게다가 연차(계속) 사업의 경우, 당해연도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과 맞물려 감사가 이뤄져야 익년도 사업부터라도 미비점에 대한 수정·보완이 가능한데, 해를 넘긴 ‘1차 정례회 행감’ 체계에선 이조차도 불가능해 사업 대부분이 필터링 없이 원안대로 흘러가기 십상이다.
특히 예산안 심의 전 해당사업을 진단해볼 행감 일정이 사라지면서 밀도 있는 예산안 심사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고, 예산삭감 등을 통한 집행부 압박도 느슨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연도말 명시이월과 사고이월 사업을 제때 챙겨보지 못하고, 해당연도 사업별 설계변경 내역은 물론 6월말 집계되는 상반기 조기집행 현황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업무효율 개선’ 차원에서 추진한 행감시기 조정이 실상은 의원 본인들의 편의를 위한 일정조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행정사무감사를 6월로 변경하면 사업에 대한 중간평가를 내놓는 수준일 뿐 최종 진단해 잘잘못을 가리는 건 불가능해진다”며 “1년 단위로 행정이 돌아가는데, 수개월이 지난 다음연도 6월이 돼서야 전년도 일을 캐묻고 개선을 요한다는 자체가 맥 빠지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의원 본인들이 편하자고 행감 시기를 전반기로 앞당긴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사유”라며 “당해연도 사업이 종료되고 익년 예산이 편성되는 2차 정례회 시점에서의 행감 개최가 집행부 견제 면에서 효율성이 높은 만큼 행감 시기를 원래대로 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회는 전·후반기 정례회 회기일수 불균형으로 갖가지 부작용이 초래돼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후반기 정례회에 행감과 예산안 심의·의결 등 굵직한 사안이 맞물려 심도 있는 일처리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동안 충남 15개 시·군 중 절반이 넘는 9개(천안·아산·홍성·청양 등) 시·군이 전반기 행감을 채택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의회 관계자는 “행감시기 조정으로 10일, 25일이었던 1·2차 정례회가 각각 18일, 17일로 조정되는 등 회기 불균형이 해소됐다”며 “도내에서도 이미 상당수 시군이 전반기 행감을 택하고 있는데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