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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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정례, 정월옥, 박정식, 이길자, 박건우, 심태진, 김경숙, 손간난, 성기용 할머니의 회춘유랑단.

[당진=로컬충남] 평균연령 79.6세 할머니들로 구성된 ‘회춘 유랑단’의 유쾌한 도전이 화제다.

정미면 산성리 노인회 회원들로 만든 회춘 유랑단은 지난 8일 충남도서관에서 열린 충남연극협회 주관 제1회 충남아마추어연극제에서 단체 은상과 무대미술상을 깜짝 수상하며 관심을 받았다.

유랑단원은 최고령 심태진 할머니(85)를 비롯해 성기용(84), 박정식(80), 정월옥(80), 이길자(79), 정정례(76), 손간난(73), 김경숙(72) 할머니로 구성돼 있다.

연극의 ‘연’자도 몰랐던 할머니들이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문화예술창작소 내숭’을 운영하고 있는 문영미 대표의 역할이 컸다. 정미면 산성리가 고향인 문 대표는 할머니들에게 동네 이웃의 딸 같은 존재인데, 그런 딸이 연극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하니 할머니들의 궁금증이 컸던 것.

그러던 중 문화체육관광부와 당진시가 지원하는 올해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을 알게 된 문 대표가 1월에 할머니들에게 연극을 해볼 것을 제안해 회춘 유랑단이 탄생하게 됐다.

문 대표와 할머니들은 지난 4월 3일 첫 연습을 시작, 매주 화요일마다 마을회관에 모여 그림자 연극 ‘안국사 배바위’를 연습했다.

‘안국사 배바위’는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림자 연극으로, 중국에서 한 사람이 난리를 피해 동쪽으로 오던 중 폭풍을 만났는데, 마을 어부가 그를 구해 준 것을 계기로 그곳에 정착해 살 던 중 배를 만들다 번개가 쳐서 그 배가 동굴을 가로 막아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은 동굴에 갇혀 죽고 그 배는 바위로 변해 오늘날 안국사지에 있는 배바위가 됐다는 내용이다.

‘해설4’를 맡은 심태진 할머니를 비롯 단원들은 각자의 배역과 해설을 맡아 모두 연극에 참여했고, 산성리 마을의 유일한 초등학생인 박건우 군(9)이 어르신들을 위해 무대 조명을 도왔다.

그림자 연극은 해설과 대사를 미리 녹음해 진행하기 때문에 할머니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인의 목소리를 녹음해야 했는데, 난생 처음 들어보는 자신의 목소리를 어색해하기도 했지만 연극이라는 장르에 점차 흥미와 재미가 붙었다.

회춘 유랑단의 첫 공식 공연은 연습을 시작한지 4개월이 지난 7월 정미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었다.

 문 대표는 첫 공연 후 고령의 할머니들이 공연을 어렵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정식 공연은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충남연극협회의 연극제 출연 제안에 오히려 할머니들이 더 적극적이었고 첫 연극제 출연에서 은상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문영미 대표는 “연극제가 다가올수록 열심히 준비하시고 공연 직전에서야 긴장하실 정도로 할머니들은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면서 “공연이 끝나고 점심을 대접하기 위해 할머니를 찾았는데, 관람석에서 끝까지 다른 팀의 공연을 보고는 1등을 하지 못해 아쉽다고 하실 정도로 열정을 보이셨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평균연령 80세가 넘는 회춘 유랑단의 유쾌한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문 대표는 할머니들의 건강이 허락된다면 충남도교육청의 창의체험프로그램과 연계해 ‘할머니가 들려주는 교육극’이라는 주제로 할머니들과 함께 새해에도 무대에 설 계획이다.

당진투데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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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 유랑단, 지역설화로 ‘그림자 연극’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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