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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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로컬충남] 힘들고 아픈 기억도 지나면 추억이 된다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지울 수 없는 흉터처럼 또 지워서도 안 되는 아픈 역사가 있다.

무려 35년간 이어진 일제 강점기가 그 아픔의 원흉이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는 일제에 의해 수많은 수탈과 압제를 겪었다.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 가면 현재도 그 아픔과 고통의 상흔들이 거리 곳곳에 남아 있는데 ‘서천 구 장항미곡창고’(이하 미곡창고)도 그중 한 곳이다.



장항읍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초 일제에 의해 우리나라 쌀을 일본으로 보내는 항으로 쓰였는데 미곡창고는 1931년 개통된 장항선을 통해 장항읍으로 집결된 충남, 경기 일대의 쌀을 보관할 목적으로 1935년 건축되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미곡창고는 독특한 형식의 철근콘크리트 기둥을 세우고 그 상부에 도리 방향으로 상호 연결된 목조트러스로 정교한 지붕틀을 가설하는 등 일제 강점기 창고 건물로서는 매우 독특한 건축기법을 구사했다고 한다.

이곳은 지난 2014년 서천군에서는 처음으로 등록문화재 제591호로 등록되기도 했는데 경기, 충남지역 쌀 수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보존 및 활용을 위한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곡창고는 서천군 소유로 관리되고 있으며, 건축 당시의 원형을 보존한 상태로 수리해 지역 예술인과 관광객, 주민이 함께하는 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 외관은 언뜻 보면 현대건축물로 착각할 정도의 세련미와 조형미를 보여주는데 sbs서해신문 기자가 가까이서 외벽을 보니 본래 건물의 벽면을 그대로 볼 수 있어 마치 유적지에서 유물을 발견한 듯한 감회 같은 것이 밀려왔다.

외관뿐 아니라 실내에 들어서면 건물의 원형을 여러 부분에서 찾을 수 있는데 지붕을 받치고 있는 철 구조물은 녹슬고 나무는 오랜 세월을 대변하듯 색이 바래 있다.

또, 벽면 곳곳의 시멘트벽은 군데군데 시멘트가 떨어져 나가 있고 붉게 녹슨 철근이 드러나 있는데 우리 조상들이 겪은 고통의 흔적만 같아서 씁쓸함이 느껴졌다.

한편, 이곳은 문화예술창작공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리 크진 않지만, 공연장과 전시관이 있어 다양한 미술작품 감상은 물론 공연도 관람할 수 있는데 거의 매주 주말 열리는 버스킹 공연은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주민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이곳에는 이 같은 문화공간뿐 아니라 ‘카페 미곡’이라는 휴식공간도 마련돼 있는데 커피 등 간단한 음료를 판매하고 있으며 도자기·가죽공예 등 체험도 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다.

부정도 외면도 할 수 없는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항읍, 그 가운데 쌀 수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미곡창고는 현재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임으로 마치 일제의 악행을 용서한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미곡창고의 원형은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조상이 겪었던 그 수탈과 압제의 역사는 우리 마음속에 항상 간직해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다.

남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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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쌀 수탈의 산증인...‘장항미곡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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