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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윤 이사장 / (사)충남포럼.

[천안=로컬충남] '갓생'은 갓(God) 즉, 신과 인생(人生)이 합쳐진 신조어요, 요즈음 MZ세대( 1981~2010년생)가 호들갑을 떨며 사용하는 접두어 '갓'과 '인생'을 합쳐 만든 유행어다.

 

어려운 말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모범이 되는, 바람직한 인생 또는 부지런한 삶을 의미하는 유행어일 뿐이다.
 

나는 2021년을 참 바삐 살았다. 젊은이들의 표현을 빌리면 갓생이다. 한주면 칼럼을 많게는 세편 적어도 한편은 쓴다. 또 농사일을 위하여 제때 씨를 뿌리고 잡풀도 계획표에 따라 뽑아주었다.

 

때 맞추어 시비해야 탐스러운 농작물을 수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나무를 비롯한 대추나무, 복숭아나무 전지에  농약까지 치고 제초제도 뿌려야 황폐함을 막을 수 있다.

 

밤에는 거의 12시가 넘도록 독서에 글쓰기를 한다. 아무리 부지런을 떨어도 할 일은 끝이 없다. 가끔 찾아오는 제자도 만나야 한다. 천안농협의 사외이사로서 연초  계획 대 진행에 대한 실적과 조합원과의 약속은 실천 되고 있는지 그리고 구성원의 업무 수행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3실도 살펴보아야 했다. 건강을 위하여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5시에 5천보 이상씩 최소한 1만 보는 걸어야 한다.

 

겉으로는 이처럼 신축년 한해를 소소한 계획에 따라 열심히 일하며 참 바삐 살았다. 이게 갓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젊은 세대와는 다른 갓생을 산 것이다. 시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젊은이들처럼 여유를 누리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신축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1년은 365일이요, 시간으로는 8,760시간이나 된다. 그 시간을 가는 줄도 모르고 산 것이 과연 합리적인 삶이요, 옳은 삶이었는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고려 후기 문신이었던 우탁(禹倬)의 탄로가(嘆老歌)가 생각난다. 늙어 감을 한탄하는 시조를 읽다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것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백발가

한 손에 막대기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은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고 하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누군가가 나에게 요즘 매우 “바쁘시죠?”라고 물어온다. 그 경우 나는 서슴없이 네, 바삐 지냅니다. 라고 대답한다.” 할 일이 참 많기 때문이다. 만약 질문을 바꾸어 “요즈음 제대로 살고 있나요?”라고 물어온다면 나의 대답은 어떨까? 아마도 “글쎄요! 아니면 아니요.”라고 정색을 할 것이다.

 

왜 그런가? 바삐 살고 있지만 불필요한 시간에 나를 맡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점이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갓생과 다른 삶이다. 소소함을 기특하게 여기며 뿌듯해하는 대신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며 질책하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나는 제대로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똑같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하여 충분한 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제대로 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요. 저는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합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삶일까? 갓생에서 배운 젊은이들의 삶의 지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어쩜 바로 사는 삶일 것이다. 일상을 살다 보면 문제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요, 옳고 바른 삶을 산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문제를 안고 있다. 문제와 함께해도 괜찮아지는 법을 배우는 것 정도다. 그렇다. 삶은 원래 엉망진창이다.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의 삶도 엉망진창이었다.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수백만의 유태인을 학살한 히틀러의 삶도,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처단한 이토 히로부미 삶도 엉망진창이었다. 

 

인생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그 불가측성에 아름다움이 있다.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를 절반쯤 죽이기도 하고, 암울했던 날이 실상은 빛나는 오늘을 위한 복선이었을 때도 있다. 그러니까 살면서 일어난 일에 일비일희할 필요가 없다. 어쩜 그것이 갓생 아닐까? 더욱이 시간은 환경(環境)을 소리 없이 바꾸어 놓는다. 그 단적인 사례가 새와 개미다.

 

새가 살아있을 때는 개미를 잡아먹는다. 하지만 새가 죽으면 오히려 개미가 새를 먹지 않는가! 네가 오늘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시간은 너의 힘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따라서 사는 동안 누구도 폄하(貶下)거나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 너는 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억하라. 시간이 너보다 강력하다는 진리를..  한 그루의 미루나무로 백만 개의 성냥개비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백만 그루의 미루나무를 태우는 데는 오직 성냥개비 한 개가 필요할 뿐이다.

 

2022년은 2021년보다 후회 없는 한 해가 되어야겠다. 과거를 기웃거리지 않고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기 위해서 壬寅年(임인년) 호랑이해를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해야 하는 삶, 그것이 요즈음 유행을 타는 갓생이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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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칼럼] 壬寅年(임인년) 은 ‘갓생’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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