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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인생 사계절 [홍주일보]
2020/04/21 11:1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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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옥<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박사·칼럼위원>
                                                
[로컬충남] 봄이 왔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이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된다. 어린 아이는 자라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된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듯 사람은 인생의 사계절을 살아간다. 봄은 봄대로 아름답고 여름은 여름의 장점이 있듯이 인생의 사계절도 저마다의 기쁨이 있다.

얼마 전, 친정 엄마는 무릎 인공관절 재수술을 하셨다. 80세의 많은 나이 때문에 수술하는 것이 걱정됐다. 엄마는 수술 후 심각한 통증과 섬망 증상으로 힘들어 하셨다. 아픈 엄마를 보면서 가족들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병상의 엄마를 혼자 둘 수 없어, 가족들은 토의 끝에 일정을 조정해 순차적으로 엄마를 간호하기로 결정했다.

내 차례가 돼 병원에 갔다. 아픈 엄마를 보니 가슴이 먹먹했다. 병상의 엄마는 딸과 1박2일 동안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바쁜 일정 때문에 엄마와 함께 하지 못한 시간들을 이번 기회에 보충하는 기분이 들었다. 통증을 느끼면서도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하시며 엄마는 80년 동안의 인생사계를 거미가 실타래 뽑듯 계속 이야기하시고, 나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듯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엄마는 어린 시절 외할머니에게 “엄마, 아버지는 왜 안 와?”라고 묻고 물었다. 그 때마다 “멀리~ 콩 세 가마 팔러 가셨단다”라는 답변만 들었다. 엄마가 7~8세 때,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이 죽었다는 것을 엄마는 나중에야 알게 됐다. 엄마는 20세에 한 동네에 사는 남자와 결혼했다. 아버지와 결혼 후 오남매를 출산하고 키우며 가정주부로서 열심히 살았다. 엄마의 헌신으로 우리 가족은 행복했다. 우리 오남매는 자라서 결혼을 하고 12명의 아이들을 낳았다. 엄마는 자식의 자식을 보며 인고의 삶을 보상받는 듯 기뻐하고 기뻐했다.

임상심리학자 대니엘 J. 레빈슨은 인간의 삶의 주기를 아동기(0~22세), 성인 초기(17~45세), 중년기(40~65세), 노년 전기(60~85세), 노년 후기(80~?세)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임을 설명한다. 엄마는 생존을 위해 삶의 주기마다 치열한 투쟁을 해왔고, 인생의 사계절을 경험했다. 출생과 성장의 봄, 자녀 출산의 여름, 자녀 결혼과 손자녀 출생의 가을, 부부관계와 심리적·신체적 노화의 겨울을 맞이했다. 지금은 인생 사계절 중 겨울인 노년기를 맞은 아픈 엄마를 보면서, 나는 엄마의 인생에 대해 감탄과 존경, 측은함과 슬픔의 감정을 느낀다.

엄마와의 1박2일 병실에서의 동행은 나의 기억을 수정하게 했다. 기억 속의 나는 외할머니가 불러준 자장가를 들으며 잤다. 엄마의 품에 안긴 기억이 별로 없었다. 엄마와의 만남을 통해 엄마의 삶을 이해하니 서운한 마음이 많이 없어졌다. 아내로써, 엄마로써 살기 위해 나의 엄마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같은 여자로써 인정하게 되었다. 힘든 시간을 엄마는 어떻게 살았을까? 엄마는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라는 말씀을 암송하며 고통의 세월을 이겨냈다고 말씀하셨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엄마가 나의 엄마이고, 내가 엄마의 딸이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엄마의 병상에서 보낸 1박2일은 내 삶을 조금 바꿨다. 나는 이전보다 자주 엄마에게 전화를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엄마의 보호를 받았던 어린 나는 이제 자라서, 엄마를 돌보는 어른이 됐다. 봄과 여름, 가을의 시간을 지나서, 병상에서 인생의 겨울을 보내는 나의 엄마를 보며, 나는 내 인생을 생각해 본다. 오늘 나는 인생의 풍성한 가을을 살고 있다. 가을을 살고 있는 내가 엄마의 겨울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나의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 가을은, 엄마의 수고의 땀과 눈물이 맺은 열매가 아닐까?

계절은 돌고, 세대는 전수된다. 나의 오늘은 누군가의 어제의 땀의 결과이다. 오늘 하루,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이들에게 마음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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